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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까지 30분, 용산에 왜 화상경마장이 필요한가?

by 고급인사 2013. 7. 18.

 

 

 

 

정방 화상도박경마장 입점 저지 주민대책위 공동대표

 

“학교 앞 도박경마장 절대 반대” 2013년 5월 초, 버스를 타러 가다 이런 문구의 현수막을 발견했다. ‘도박 경마장이 뭐지? 학교 앞이면 도대체 어디 생긴다는 거야?’

며칠 후 학교에서 알림장을 보내 성심여중고 215m 앞에 화상 도박 경마장이, 그것도

올해 9월에 입점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13년 전, 이곳에 있었는데 전세 기한이 만료되어 용산역 옆으로 옮겼다가 이제는 아예

마사회가 건물을 지어서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러자 용산역에 있는 대형마트에 갔다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어떤 건물에서 몰려나와 여긴 뭔가 궁금했던 기억이 났다.

2013년 5월 10일 중학교 학부모 대표 모임이 있었다. 교장선생님께서 구의원들이 마사회

입점 이야기를 해주어 학교가 알게 되었다고 하셨다. 같은 날 저녁 5시 원효2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대책위 모임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구의원의 요구에도 회의실을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막막하던 차에 학교의 배려로 성심여고 회의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회의실에 들어서니 구의원과 지역단체 분들, 아파트 주민들이 10여분 정도 계셨다.

“어떻게 주민들 몰래 이럴 수가 있느냐”, “언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느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 모두 ‘자다가 홍두깨 맞은 격’으로 어쩔 줄 몰라 했다. 5월 14일 주민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입점 반대 1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하자고 결의했다.

하루 만에 중학생 남매를 둔 평범한 엄마가 ‘화상도박경마장 입점 저지 공동대표’가 된 것이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난 자리에서 취지를 설명하고 서명을 받았다.

“학교에서 그렇게 가까운데, 200m 조금 넘었다고... 너무하다” “18층 건물을 화상경마장으로

쓴다는 말이야? 그렇게 사람들이 많아?”

 

 

 

 

“범죄 장소를 ‘문화체육시설’이라고? 왜 미리 막지 못했나”

몰랐던 것을 알게 됐다. 주민대책위원회를 하면서 마사회 매출액이 연간 7조 9000억이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승인을 받지만 마사회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순천은 10년이나 싸워서 막아냈고 서초구도 화상경마장 설치 문제로 소송까지

하며 건축허가를 취소했다.

경마장은 사전적 의미로는 “일정한 거리를 말을 타고 달려 빠르기를 겨루는 경기의 시행과

관람을 위한 시설”이다. 화상경마장은 멀리 있는 경마장에 가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서

화상(스크린)으로 경마를 중계하는 곳이다.

용산은 과천까지 지하철로 30여 분이면 가는데 왜 화상도박경마장이 필요할까? 화상

도박 경마장의 도박 중독 유병율이 79.6%, 약 80%나 되는 이유는 뭘까? 왜 화상도박경마장을

관내에서 이전할 때는 주민의 동의를 안 받도록 했을까? 전국적으로 화상 도박 경마장

설치를 반대하고, 10년씩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친 이유는 뭘까?

 

형법은 제246조 1항에서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한다. 2항은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제247조에서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도박 뿐 아니라 도박장 개설도 범죄인데 화상 도박 경마장을 <문화체육시설>이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피해 사실을 알면 알수록 왜 용산구는 서초구처럼 짓기 전에 막지 못했는지, 관내 이전이 라서

주민동의가 필요 없었다는 변명을 구청이 구민들에게 어떻게 떳떳하게 할 수 있는지,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과장 전결사항이라 마사회 입점사실을 주민대책위 기자회견으로

알았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상급기관의 적법한 절차라서 피해 입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부당하지 않은지 이해되지 않았다.

관련기관에 계속해서 민원을 제기하고, 면담을 거절했던 구청장을 우여곡절 끝에 만났다.

 

마침내 우리 주민만의 힘으로 화상경마장 입점 반대 서명을 2만명이나 받았다.

2013년 7월 8일 오후 2시 참여연대를 비롯한 전국의 많은 단체들이 연합하여 범시민

공동대응 기자회견을 했다. 많은 공중파 TV, 유명 일간지들이 관심을 가지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며, 같은 날 오후에는 용산구청이 농림축산식품부와 마사회에 우리의 민원을

첨부한 취소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주민대책위가 두 달에 걸쳐 서명 받고 민원 올리고 공청회, 구청장 면담 신청할 때도

용산구청은 “적법한 절차” 운운하며 농림축산식품부로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공동

기자회견일에 농림축산식품부와 마사회에 보낸 공문에는 방문날짜도 일방적으로

이틀 후, 사흘 후 오후 2시로 급하게 정해져 있었다.

용산구청은 취소 요청을 두 달 동안 준비했고 우리의 오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속담 하나를 가르쳐 주고 싶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바로잡지 마라”

성심여고와 성심여중, 신광여중고, 배문고, 원효, 남정초교 학생과 학부모, 원효로 인근 주민들이

13일 저녁 서울 원효로 화상경마장 이전 예정 건물 앞에서 경마장 이전을 반대하는 촛불 문화제를 열고 있다.ⓒ뉴시스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요?”

우리는 2013년 7월 13일 저녁 7시 “범시민 촛불문화제”를 2000명의 학생, 학부모, 교사,

주민들이 참석하며 성공리에 마쳤다. 두 달 전 17명이 처음 기자회견을 할 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우리의 생각이 옳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뿌듯함도

잠시 뿐이었다.

7월 17일 오후 2시에 용산역 앞에서 <용산구 화상 경마장 유치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하지만 10여명이 모인 발족식에서 화상 경마장이나 마사회 언급은 하나도 없이 청소년을

정쟁의 소용돌이에 내몰지 마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참 좋은 나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늦은 시간까지 촛불문화제를 하면서 아이들을 붙잡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자유의사였는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을까봐 너무나 창피하다. 이것은 좋은 교육환경을 바라면서

스스로 민원을 올리고 동영상을 만들고 공연을 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할 이야기가 아니다.

 

과연 정쟁의 소용돌이에 누가 청소년을 내몰고 있는가? 모든 정당과 다양한 단체가 함께,

화상 도박 경마장 입점을 저지하자는 주민대책위가 정치적인가? 주민대책위와 공동으로

화상 도박 경마장을 반대하는 구의원이나 시민단체를 순수 주민이 아니라고 제외하라는

압력이 정치적인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아이들과 주민들이 도박환경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화상 도박 경마장 입점을 기필코 막을 것이다. 민선 구의원, 민선 구청장,

민선 국회의원이 구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없나 의아해 하며 오늘도

이곳저곳을 누빈다. 평범한 주민들을 강하게 만드는 그 이름, <화상 도박 경마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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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