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한다. 삼척동자도 다 알 듯이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것으로 가을의 청명함과 풍성함을 대표하는 고사성어다.
천고마비(天高馬肥)
이 말의 원말은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가을이 깊어 가니 변방의 말이 살찐다)로
《한서(漢書)》 '흉노전(匈奴傳)'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의미는 북방의 흉노족이 봄부터 여름까지 말에 풀을 먹여 말을 살찌웠는데,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가을이면 이 말을 타고 중국 변방으로 쳐들어와
가축과 곡식을 약탈해 갔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가을철이면 언제 흉노족이 침입해 올지 모르니 미리 이를 경계하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말을 썼던 것이다.
추고새마비는 당나라 초기의 시인이자 두보(杜甫)의 조부인 두심언(杜審言)의 시에서
당군의 승리와 변방의 평온함을 “추고새마비”로 비유하면서 좋은 의미로 쓰이게 되고,
그후 자치통감 당기(唐紀)에서는 ‘가을’을 변방을 뜻하는 새(塞)를 뺀 “추고마비”의 계절로
표현하면서 현재까지도 중국에서는 이러한 표현을 즐겨쓴단다
[당시 흉노족의 영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추고마비'보다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을
더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그 이유가 일본에서 건너온 표현이라는 분석이 있다.
일본은 “추고새마비”라는 표현을 받아들이면서, 북방 오랑캐의 침범을 겁낼 까닭이
없으니 '새(塞)'를 빼고 '추(秋)'를 '천(天)'으로 고쳐 '천고마비'라 해 가을철을
수식하는 말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글학자인 정재도 선생은 <한말글연구> 7호(2002년)에서 이런 변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역사적으로 언제나 북방 오랑캐의 침범을 받아왔기 때문에서
“추고마비”로 써야한다는 주장도 이를 뒷받침한다.
어쨌든 말은 인간과 오랜 문명을 같이 하면서 다양한 고사성어를 낳았다.
그러면 현재도 말이 가을에 살찐다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전형선 수의사는 ‘경주마나 번식마는 계절에 관계없이 일정한 중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가을에 말이 살찐다는 표현이 맞이 않다’고 말한다.
한국마사회 통계에 따르면 약 3000의 경주마는 가장 잘 달릴 수 있도록 보통 450Kg내외를
유지하기 위한 반복 훈련과 매일 20~30Kg의 사료를 인위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자연방목에 가장 가까운 씨수말도 계절별 중량을 분석한 결과 계절과 상관없이
600Kg내외에서 크게 변동폭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자연방목 상태의 야생마 같은 경우는 가을철에 칼로리가 많은 열매류를 먹기 때문에
가을철에 살이 찔수 있으나, 이는 겨울철을 견디기 위해 미리 많은 먹이를 섭취해야 하는
모든 야생동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한편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경마계에서는 이것도 현재의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적인 동물애호정책 때문에 말에 채찍을 사용하는 횟수가 2-3회 정도로 제한되어 있고
실제 경주중에 채찍을 사용하면 오히려 기수와 말간의 중심이 흔들려 속력을 더 내기보다는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피마불추외편추(疲馬不畏鞭捶,피곤한 말은 아무리 채찍으로 때려도
두려워하지 않음)라는 고사성어에서도 증명된다.
오늘날 경마계에서는 채찍을 때리기 보다는 채찍을 보여주면서 속력을 더 내는 방법을
상용하고 있어 이제는 주마가편(走馬加鞭)보다는
주마시편(走馬示鞭)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40억원이 넘는 씨수말이 하는 일은 먹고 교배하는 일이다.
그에 맞는 모든 관리는 사람이 알아서 해주니 사람위의 상전이나 다름없다.
이쯤되면 개팔자가 상팔자가 아니라 말팔자가 상팔자라는 말도 인구에 회자될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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