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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야기들□■

부경경마장_여성 1호 말(馬)간호사 김진희씨

by 고급인사 2009. 4. 15.

 

 

 

여성 1호 馬간호사 김진희씨, “경주마는 신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동물”

김진희(23세)씨는 신장 1m 60에 가냘파 보이는 체격이지만 500kg 거구의 경주마를

애완동물처럼 보살피는 한국마사회 여성 1호 동물 간호사다.

 

 

 

그녀는 현재 KRA부산경남경마공원 내 동물병원에서 수의사 5명과 함께 1,000여 마리의

경주마를 보살피고 있다. 그동안 치료를 돕는 과정에서 한 번의 사고도 없이, 남다른

애정으로 경주마들을 보살핀 덕에 마필관계자들에게 ‘마(馬) 간호사’로 통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직업인 ‘동물간호사’는 수의사를 도와 진료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동물의 간호 관리를 책임지는 신종직업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동물병원에 간호사가 따로 없었지만, 국내 애완동물 산업이 성장하면서

동물간호는 동물 의료에서 필수적인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진희씨는 “말 못하는 동물을 이해하고 경주마와 수의사의 다리가 되어 주는 일”이라며

“아픈 곳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주마를 상대하니 만큼 많은

손길이 필요한 직업이다 .”고 말한다.

특히, 한 마리의 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KRA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주마들은 돈을 아끼지 않는 마주들 덕분에 가축이 아닌 스포츠 선수처럼 전문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는다.

 

동물병원 안에는 경주마 입원실, 진료실, 수술실을 갖추고 예방접종에서부터

정형수술 등 경주마 전문병원으로 특화된 진료를 하고 있다. ‘경주마 팔자가

 사람보다 낫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동물병원에서는 특성상 골절, 근인대 염증, 관절염 등 운동기 질환이 많고 감기도

잘 걸리는 질환이다. 주로 정형외과적 치료가 주를 이루고 간단한 외상 치료에서 입원 및

수술까지 이루어진다.

 

큰 수술이 있을 때면 수의사를 도와 6시간 이상을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튼튼한 체력과 집중력은 필수적이다.

고향집에서 20마리가 넘는 개와 고양이를 기를 정도로 동물사랑이 남달랐던

그녀는 단순히 키우는 것으로 성에 안 차 동물과 평생 부대끼며 살기 위해 신구대학

 ‘동물자원과’에 진학해 동물간호사 자격증을 땄다.

 

2006년 졸업 후 2년 동안 동물원 사육사로 일하면서 육지거북과 물범 등의 희귀 동물의

순치, 사양, 환경개선 등의 일을 했다. 그 기간 중에 경마공원에서 동물간호사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경기도에서 부산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녀는 왜 500kg의 거구의 경주마를 다뤄 위험하기까지 한 ‘마간호사’로 일하길 원했을까?

 

‘대학 때부터 여러 동물을 접해 봤지만, 경주마에게 가장 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음악이나, 박물관에 걸려 있는 그림, 유명 가수의 콘서트처럼 경주마가 경주로를

질주할 때면 그녀에게 미적 경험을 불러일으킨다며 신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동물은

‘경주마’라고 말했다.

김진희씨는 “경주에 출전하기 전 경주마에게 피검사를 할 때면 고개를 내밀어 품으로

파고들며 ‘히이잉’거리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가 외출했다가 돌아온 엄마에게 재롱부리는

 것다.”며 물론 몸짓과 느낌을 통한 대화지만 ‘행복해, 슬퍼, 아퍼, 피곤해’라고 대화를

나누는 착각이 들 정도란다. 기억력이 좋아 자기를 귀찮게 하는 수의사를 보면

슬금슬금 꽁무니를 뺀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또, 경주마들의 생활은 보면 사람과 흡사 한게 많다고 한다. 식사 후나 잠자리에서

일어 났을 때 반드시 물을 마시기 때문에 입원실에는 꼭 물통을 준비해야 한다.

 

또 잘 때 코를 골거나 이를 가는 버릇도 가졌다. 육중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매우 겁이 많아

 소리나 주변 상황의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치료에도 늘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칫 조그만 진단실수 때문에 경주마로서 폐기 처분도 될 수도 있고 말 치료의 정적여부를

놓고 마필관계자들과 의료분쟁을 빚기도 해 항상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주마에 대한 사랑과 함께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자 하는 욕심도 있었다.

 

 진료를 하면서 간혹 경주마가 자신의 손을 물거나 말 다리에 밝혀 골절을 입은 적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더 친하게 다가갔다. 김진희씨는 "최선을 다해 치료했는데도

죽어가는 말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한다. 말이나 사람이나 간호사에게

병으로 고통 받는 똑같은 환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