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두 편의 영화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었다.
한편은 1,300만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앉히며 대한민국 영화역사를 새로이 썼던 ‘괴물’이다.
또 다른 한편은 한국영화 최초로 경주마를 주인공으로 경마를 그렸던 ‘각설탕’으로 당시
약 150만 관객을 끌어 모았었다.
당시 영화 ‘괴물’과 함께 스크린에 올려졌던 수많은 영화 중 100만을
돌파한 영화가 ‘각설탕’ 뿐이었다는 점을 감안 할 때 한국영화 역사상 최대
흥행작인 ‘괴물’이 아니었다면 최종 성적표 보다는 몇 배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영화계 공통된 시각이었다.
한국 최초의 경마영화였던 ‘각설탕’에서 단연 돋보인 역이 있다면
배우 임수정씨와 같이 열연한 ‘천둥’일 것이다.
하지만 ‘천둥’은 영화가 끝난 후인 지난 2007년 3월 갑작스런 산통(배앓이)끝에 결국
폐사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렇지만 그런 천둥을 대신해 열연을 펼쳤던 말이 있었으니,
천둥의 어린시절을 연기했던 망아지, 바로 ‘천만돌파’다.
[천둥이는 지금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건너편에 있는 마혼비 뒷쪽에 묻혀있다]
각설탕 영화제작팀은 당시 ‘천둥’의 엄마인 ‘장군’이 ‘천둥’을 출산하는 장면을
연출해야 했는데, ‘장군’을 대신할 마필이 필요했다.
그때 영화팀이 찾은 마필은 만삭이었던 포입 씨암말인 ‘퍼니본’(FUNNYBONE)을 낙점했고
‘퍼니본’의 리얼한 연기 덕에(?) ‘천둥’의 출산 장면을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
다만 성인의 ‘천둥’은 모색이 흑갈색의 암말이지만 아쉽게도 ‘퍼니본'이 출산한
마필은 밤색마였다. 하지만 출산장면의 배경이 천둥번개가 치는 어두운 밤이었던
이유로 워낙 어두운 조명아래 진행되어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출생 후 주연배우인 임수정씨가 ’천만돌파‘라는 이름을 손수 지어주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당시 임수정씨는 “영화 촬영 중에 새 생명이 나온다는 것은 촬영을 떠나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영화가 흥행하길 바라는 의미에서 ’천만돌파‘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밝혔었다.
그렇다면 ‘천만돌파’의 최근 근황은 어떨까? ‘천만돌파’는 2005년 10월 6일
세상에 태어난 후 지난 2007년 10월 경주마 경매에서 4천만 원에 낙찰되었다.
이후 ‘천만돌파’는 2008년 1월에 부산경남경마공원 26조(방동석 조교사)에 경주마 등록해
당당히 경주마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방동석 조교사는 “처음에 ‘각설탕’에 출연했던
마필이란 이야기를 듣고 왠지 모를 애정이 가더라”고 ‘천만돌파’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특별한 이력 덕택에 조교사와 관리사들의 관심을 받으며 데뷔 할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체이상에 이은 장기간의 휴양과 골막염 치료를
받으면서 경주마로써 데뷔가 불투명했다.
이후 ‘천만돌파’는 마필관리사들의 극진한 관리와 조교사의 사랑 덕에 상태가 호전되어
작년 11월 주행조교검사까지 치르는데 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훈련 때와는 달리 게이트에서 뛰쳐나가려고 하지 않아 결국 불합격하고 만다.
게이트에 멈춰선 그 모습이 마치 ‘각설탕’에서 ‘천둥’이가 경주마로 데뷔하던 날을
연상케 했다고 주변에서 전한다. 그 이후 골막염이 더 악화되어 정식데뷔 할 시기를 놓쳐
현재는 소속조에서 경주마로 데뷔하기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마방 식구들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다시 새벽조교를 시작했고 서서히 훈련강도를 높이고
있어 3월말이나 4월초면 경주마로서의 ‘천만돌파’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사람도 나중에 잘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말들도 성향이 제각각 다른 것처럼 ‘천만돌파’는
다른 말에 비해 힘이 천천히 차는 스타일이라 올 가을쯤에는 물이 오를 것 같다”라는
방동석 조교사의 말처럼 ‘대기만성’형이길 기대해 본다.
'각설탕'을 본 전국의 수많은 관객 모두가 ‘천만돌파’가 경주로에 데뷔해
결승선을 1등으로 통과하는 순간을 바라고 있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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