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라고 하면 질풍같이 달려 순식간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주를 떠올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느리게 달리는’ 경마가 있다. 일본 홋카이도 지역에서 시행되는
썰매 경마인 ‘반에이 경마’가 바로 그 것. 경마장에서 내 건 광고문구도
‘느린 싸움(slow battle)’이다
반에이 경마는 우선 경주마의 종류부터 다르다. 일반 경주마는 전세계 공통으로 날렵한
‘더러브렛’종인데 반해 반에이 경주마는 몸집이 거대한 프랑스원산 ‘페루슈론’종이다
홋카이도에서 많이 생산돼 농업과 군용으로 쓰이던 말이다. 일반 경주마들은 몸무게가
500kg 안팎이지만 반에이 경주마는 1톤에 달한다
이들 경주마들이 460~1,000kg 짜리 철제 썰매를 끌고, 여기에 75kg으로 무게를
동일하게 맞춘 기수를 태우고 경주를 벌인다
경주로도 일반 경마장과는 다르다. 높이 1.1m와 1.7m짜리 장애물 언덕 두 개가 있는
200m 직선 세퍼레이트 코스(지정된 주로를 달리는 것)에서 경주가 펼쳐진다.
주로에는 30cm 깊이로 모래가 깔려 있다
홋카이도의 4개소의 경마장에서만 시행되고있는 이 경주는,
완장(頑丈)한 페루슈런(Perusherons)종, 푸루턴(Bretons)종, 베루잔(Belgians)종 등의
중량있는 말이출주(出走)하여, 2개소의 장해(언덕)이 설치된 직선200미터의
세퍼릿코스에서, 0.5톤에서 1톤정도의 중량의 썰매를 예인한다
출발신호와 함께 경주마들이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앞으로 달려나간다.
첫 번째 언덕에 이르자 대부분의 경주마들이 멈춰 서고 만다. 한 번에 언덕을 넘기에는
힘이 부치는 것. 잠시 쉬었다 반동을 이용해 언덕을 넘는다
승부는 보통 두 번째 언덕에서 판가름 난다. 먼저 언덕에 도착한 선행마(?)가 한 번에
넘지 못하고 멈춰 서 있을 때, 힘 좋은 추입마(?)가 추월을 해 결승선을 통과한다
경주마의 코 끝을 착순 기준으로 삼는 일반 경마와 달리 썰매의 맨 뒷부분이
결승선을 통과해야 완주로 인정된다
반에이 경마는 스피드를 다투는 경주라기보다는 힘을 겨루는 경주라고 할 수 있다
2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승부가 결정되는 일반 경마에 비해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베팅을 건 말을 응원하며 호흡을 함께 할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베팅 승식은 단승, 복승식 등 5가지 시행되며 베팅 방식은 일반 경마와 동일하다
반에이 경마는 홋카이도의 4개 도시를 순회하며 경주가 열린다.
4월에 아사히카와에서 경주를 시작해 여름에는 이와미자와, 가을에는 기타미,
겨울에는 오비히로로 이동해 경주를 치른다
기타미경마장의 경우 매주 토ㆍ일ㆍ월요일에 경주가 열리며, 하루에 1,000~3,000명의
관객이 입장해 하루 최고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홋카이도 시영경마조합측은 “도시 규모가 작은 것을 감안하면 지역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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