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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경주마 생명보호하는 경주로지킴이 정장균씨

by 고급인사 2008. 6. 26.

 

 

 

경주마 ․ 기수 생명 보호하는 「 주로지킴이 」

- 서울경마공원 주로관리원 정장균

목요일 오후 서울경마공원 경주로에는 경주마 대신 중장비인 그레이더 한 대가 굉음을 토하며 질주하고 있었다.

모래 주로 위를 종횡으로 오가던 그레이더가 멈춰 서고 한 남자가 내려섰다. 무려 20여년 동안
말들이 뛰는 모래 길을 돌봐 온 서울경마공원 주로관리원 정장균 씨(52)였다.

다소 지친 기색의 정씨는 『 새벽부터 나와서 조교관찰하고, 마분치우고, 정지 작업하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 』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말들이 뛰어다니는 경주로는 안전과 직결된다. 경주로가 제대로 관리 되지 않으면 경주마가
골절상을 입거나 기수가 낙마하는 등 치명적인 사고가 날 수 있다.

때문에 경마장에서 주로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단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한다.
『 언제나 조마조마하죠. 휴일에도 일하는 날이 많지만 차라리 여기에 나와 있는 게 속이 편해요. 집에 있으면 늘 주로에
신경이 쓰이거든요. 』 주5일근무가 시행된 지 오래지만 그는 온전히 이틀을 쉬어 본 기억이 없다.

아무리 주로를 훌륭하게 정비해놓아도 매일 새벽마다 500 마리가 넘는 경주마들이 주로에 나와서
조교를 하기 때문에 주로는 언제나 관리원들의 손길이 필요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래 주로는 가장 아래쪽에 지름 40mm~100mm정도의 돌덩이들이
들어가고 그 위에 좀 더 작은 돌들과 풍화토를 깔고 맨 위쪽에 7cm 두께로 모래가 덮인다.

이 모래들은 언제나 최적의 크기를 유지해야 한다. 모래알이 너무 굵으면 튀어 올랐을 때
기수들이나 경주마에 위험할 수가 있고, 너무 작으면 비가 올 때 진창이 되어 배수가 안 된다.
문제는 이 모래알의 크기를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 말발굽에 짓밟힌 모래는 잘게 부서져 배수를 어렵게 합니다. 결국 이런 모래는 체로 거르거나 물로 씻어서
다시 주로에 부어주어야 해요. 』 그는 우리나라의 주로관리가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조교용 주로가 따로 없어 매일 새벽같이 조교를 실시하고, 주말이면 꼬박꼬박 11경주에서 12경주씩 치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JRA(일본중앙경마회)의 주로전문가들도 서울경마공원의 주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 어떻게 이 많은 조교와 경주를 다 소화하면서 이토록 우수한 주로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 』라며
한국 주로관리원들의 부지런함과 효율성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경주마들이 경마장이 아닌 트레이닝 센터에 머물면서 순회경마를 하는 일본의 주로는
서울의 주로에 비하면 매우 편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다.

하지만 서울경마공원의 주로가 많은 부하를 감당하는 만큼 주로관리원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출근하면 주로에 널린 말똥부터 치워야 하는 주로관리원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튀어나온 곳은 깎고,
움푹한 곳은 메우고, 모래를 긁어서 쿠션을 주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며 경주마와 기수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 일본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 80명이 해야 할일을 10명이 하고 있다 」면서 놀랐어요.
책임감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고생해도 알아주지 않을 때는 속상하죠. 』 그는 주로관리가
경마에서 가장 중요하고 까다로운 일임에도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분야라고 털어놓았다.

 
  



회사에 입사한 이래 19년 동안 주로만 쳐다보며 살았지만 그는 원래 해외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중장비기사였다.
『 중동에서 건설 붐이 일 때 현장에 있었어요. 당시 웬만한 대기업 과장 연봉의 서너 배는 받았어요. 』
한국에 돌아온 후 중장비를 다루는 인력이 필요했던 KRA에 특채되어
경주로에서 트랙터와 그레이더를 몰게 됐다.

『 주로관리를 하려면 중장비 운전은 필수거든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그레이더, 포크레인, 덤프, 롤러, 트랙터.......다 전천후로 할 수 있어요. 』

한 달에 대여섯 번은 새벽에 출근하고, 매주 휴일근무에 동절기에는 아예 쉬지도 못하는
주로관리원들 덕분에 매주 경마는 무사히 치러지고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주로관리원들의 노고 뒤에는 또한 가족들의 희생이 따르고 있다.

정장균씨의 아내는 회사에서 돌아올 줄 모르는 남편 때문에 무던히도 속을 썩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아내는 비가 많이 올 것 같으면 먼저 「 주로에 나가봐야 하지 않겠느냐『 며 먼저 걱정을 한다.

1남 1녀를 둔 가장으로서 미안한 점도 많지만 언제나 그를 주로 한가운데로 내몬 것은
경주마와 기수의 안전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는 책임감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그는 『 주로 관리 잘 해서 안전사고 안 나고
경마가 원활하게 시행되는 것 』이라고 담담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