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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마장 최고령 기수의승리_김귀배기수

by 고급인사 2008. 3. 5.

 

◆ 과천벌 역대 최고령 기수의 인간승리
마흔여섯, 김귀배 기수의 노장투혼
 

 



 
지난 2월 23일(토) 서울경마공원에서 펼쳐진 제7경주(국6 1800미터, 마령)는 경마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마지막 직선주로에 접어들자 줄곧 선두를 유지하던 ‘천만대군’(국, 암, 5세, 45조 김순근 조교사)을
‘선비’(국, 암, 4세, 22조 이왕언 조교사)가 질풍같이 따라 잡더니 결승선 앞에서
 ‘한아름’(국, 암, 5세, 42조 김명국 조교사)과 피말리는 선두다툼을 벌였다.
 
결국 ‘선비’가 아슬아슬하게 머리차로 우승. 이날 박진감 넘치는 경주를 만들어낸
주인공은 최고령 기수 김귀배(5기, 45세)였다.
 
그의 공식나이는 마흔 다섯. 하지만 호적상 나이가 아닌 실제 출생년도(61년)를 감안하면  마흔여섯살이다.
 


 
요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유승완 기수(22, 25기)와는 24년 차이로 거의 자식뻘 되는 후배들과 경쟁하는 셈이다.
경마 뿐 아니라 국내 프로스포츠를 모두 살펴도 그 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찾기 힘들다.
 
농구코트를 누비는 훅 슛의 달인 이창수(38,울산 모비스)가 서른여덟이고, 개성만점
골키퍼 김병지(37, FC서울)도 겨우 서른일곱이다.
 
노장선수의 대명사, ‘영원한 독수리의 어깨’ 송진우(41, 한화)도 마흔 하나로 김귀배 기수보다는
 한참 아래다. 그가 주로에서 말을 탄 지 어언 29년.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할 동안 그는 한결 같이 말 잔등
위에서 모래를 뒤집어쓰며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그를 계속 달리게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말을 좋아하고, 말 타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김귀배 기수가 돈을 벌고 싶어서, 유명해 지고 싶어서 말을 탔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기수생활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좋은 말을 타든 나쁜 말을 타든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그이기에 29년 이라는 세월이 가능했던 것이다.
김귀배 기수가 가끔씩 의외의 고배당을 터뜨리는 것도 이런 성실한 기승자세와 무관하지 않다.
 


 
요즘도 그는 매일 같이 등산과 달리기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마흔 여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기승시에
체력적인 부담은 전혀 느끼지 않는다. 기수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체중조절도 30년간 해오다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식사량과 몸무게를 맞춘다. 그에게는 말 타기가 천직인 셈이다.
 

 

 
조교사로 일하는 친척의 소개로 기수라는 직업과 인연을 맺게 된 김귀배 기수는 79년 데뷔 이후 타고난
성실성과 끈기로 80년대 꾸준한 성적을 올리는 우수기수로 자리 잡았다.
 


 
수없이 많은 마필들을 경험한 그가 가장 그리워하는 말은 80년대 중반 뚝섬을 주름잡았던 명마 ‘포경선’이다.
김귀배 기수는 나중에 시인 유하가 ‘명마 포경선’이라는 시를 지어 바치기도 했던 뉴질랜드산 괴력마였던
 ‘포경선’을 타고 86년 생전 처음 그랑프리 대상경주에서 우승하는 감격을 맛보았다.
이 때가 김 기수 인생의 절정이라 해도 좋을 시기였다.
 
 




 
경마공원이 뚝섬에서 과천으로 옮겨오면서 김 귀배 기수는 슬럼프에 빠졌다. 경주방향이 시계방향에서
반대방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일까. 한 해에 30승 이상을 올리던 그가 매년 1승이 목마른 처지가 되고 말았다.
 
 대상경주와도 인연이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조교사들도 껄끄러웠는지 기승기회를 많이 주지 않았다.
그는 기수이기에 앞서 2남 3녀를 둔 가장이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로를 떠날 수는 없었다.
 말이 좋아 말을 타고, 평생 말 타는 일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해본 일이 없는 그였다.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고삐를 더욱 세게 그러쥐었다. 조교가 덜 된 말,
다리가 좋지 못한 말은 고삐를 더욱 단단히 잡지 않으면 앞으로 고꾸라지게 마련이다.
 

 



 
그는 고삐와 함께 자신의 인생도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좋은 말이 오든 부진마가 오든 이를 악물고 고삐를
꽉 잡고 온 정신을 다해 말을 몰았다. 우승은 사막에서 샘물을 만나는 것처럼 드물고 기뻤다.
 
세월은 달리는 말보다 빨리 흘러갔다. 어느새 그는 기수경력 29년의 최고참 기수, 역대 최고령 기수가 되어 있었다.
 적자생존의 프로세계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언제까지 말을 탈 수 있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그는 “기수생활 30년을 채우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올해가 29년째니 내년이면 30년이다. 그의 목표는 어렵지 않게 달성될 것 같다. 말을 계속 탄다는
이유만으로도 빛날 수 있는 존재, 김귀배. 30년 기수생활 끝에 조교사로 전업할지, 아니면 고삐를 더욱
단단히 그러쥐고 최고령 기록을 계속 경신해나갈지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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