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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구' 두바이경마 원정 첫 경주 뒷 이야기

by 고급인사 2016. 1. 14.

 

 

 

한국 최초로 두바이 원정 경주에 출전하면서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샀던 '천구'의

첫 도전은 5위로 아쉬움을 남겼다. 기록상으로는 충분히 입상이 가능한 말이었기에

현지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이 이번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에서는

처음 만나는 팀이기도 했고, 유일한 아시아 팀이었기 때문. 올해는 일본이 출전하지

않으면서 한국팀에 많은 시선이 집중되었다.

 

고국에서 그리고 현지에서의 관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구'는 두바이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지 시설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말의 복지나, 여건 등이 좋았기 때문. 현지 출전을 준비했던 한국마사회

국제경주추진TF 유승호 팀장은 메이단 경마장을 '말 휴양지'에 비유했다.

 

 ‘천구’와 ‘석세스스토리’에게 부여된 9,917.35537제곱미터(3천 평)의 전용 초지와

방목지 외에도 경주 환경은 가히 최상이었다. 별도의 훈련주로가 있고 마사에서

주로까지의 거리가 3.7km 거리로, 훈련을 한 번 하려면 왕복 7.4km를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이동 경로의 절반은 모래주로, 나머지 절반은 인공주로로 되어

있어 이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워밍업과 쿨링다운 될 수 있는 충분한 거리다.

 

워낙 적응력이 좋은 걸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천구'는 입사 초기부터 메이단 경마장의

최상의 시설에 만족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두바이에서는 현지 관리사 1인과, 한국에서

간 관리사 2인 총 세 명이 '천구'와 ‘석세스스토리’의 전담 관리사로 배치되었다.

 

세 명의 관리사가 하루 종일 '천구'와 ‘석세스스토리’만 바라보고 있는 것. 또한 따뜻한

날씨에 훈련을 마치면 관리사에게 마사지를 받고 매일매일 샴푸 목욕을 하며, 매일

교체되는 뽀송뽀송한 깔짚(대패밥)에서 뒹굴었다. 말들은 대부분 서서 지내지만 기분이

좋거나 긴장이 풀리면 누워서 뒹굴기도 한다.

 

실제 메이단 경마장 마방에 입사한 ‘천구’는 강아지처럼 깔짚 위에서 말 그대로

뒹굴거렸다. 유승호 팀장은 "‘석세스스토리'의 경우 예민한 성격이라 평소

마방에서 가면을 씌우고 관리사 2명이 끌어야 할 정도다. 그러나 현지 적응이

잘된 탓인지 말이 기분이 좋아서 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마사 내에서는 말이

애완견 수준으로 긴장이 이완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좋은 환경에서 충분한 휴식과 적응을 마친 ‘천구’의 첫 경주 성적은 5위, 1분 12초

대였다. 경주를 마친 서인석 조교사는 "가장 아쉬운 것은 기수와 '천구'가 호흡을

맞춰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라며 "프렌치 기수가 6일 밖에 기승 훈련을

해보지 못해, 발주대 훈련을 못했던 게 가장 아쉽다"고 심경을 밝혔다.

 

애당초 '천구'에 기승하기로 되어 있었던 기수는 크리스토프(Christophe Soumillon)

기수로 메이단 경마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상위 기수였다. 그러나 기수가

연말연시 체중관리에 실패하면서, '천구'의 부담중량에 체중을 맞추지 못했던 것.

출마투표 부담중량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기수 교체 기승 지시로 급히 기수를

변경해야만 했다.

 

 

 

 

 

현지에서 부랴부랴 부담중량에 맞출 수 있는 로이스턴(Royston Ffrench) 기수를

섭외했지만 이번에는 '천구'와 호흡을 맞출 시간이 문제였다. 서 조교사는 "'천구'가

원래 훈련을 할때도 힘이 넘쳐서 의욕이 앞서는 경우가 많은데, 기수가 그 특성을 완전히

숙지하지 못했다. 출발 전 '천구'가 움직임이 많은 상태에서 기수의 몸이 이미 기울어

 있었고 밸런스가 깨졌다"며 "천구가 스타트가 빠른 말인데 밸런스가 깨지면서 뒷발과

앞발이 부딪혔고, 편자가 빠져버렸다"고 출발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승선에 있는데, 발주위원이 편자를 직접 들고 와서 편자가 빠진 것을

알았다. 편자가 빠졌으니 다행이지, 편자가 휘어졌거나 덜렁거렸으면 말이 크게 다칠

뻔 했다"며 당시의 상황이 꽤나 위험했음을 설명했다. 다행히 편자가 빠지는 과정에서

'천구'는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으며, 막판 직선주로에서 추입을 해 한참 떨어져있던

앞선 말을 제치고 5위로 들어왔다.

 

서 조교사는 "두바이 주로를 막상 가서 만져보니 한국보다는 가볍지만 생각만큼

가볍지 않았다. 주로에 흙이 많고 수시로 물을 뿌리니 주로가 단단한 편이었다.

한국은 주로가 모래이기 때문에 발이 푹푹 빠져서 스파이크 역할이 덜 중요할 수

있지만, 단단한 주로에서는 편자가 스파이크 역할을 해주는데, '천구'의 경우 신발

없이 맨발로 달렸으니 제대로 스피드를 내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주를 지켜본 메이단 경마장의 한 수의사는 '천구'가 직선주로에서 잘 달리는 모습을

보고 대부분 UAE 현지 말들이 우승을 차지하는데, 5등만 해도 엄청나게 잘 뛴 것이라며

'천구'의 실력을 칭찬했다. '천구'는 1200m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경주 후 '천구'의

상태와 마무리 치료 과정을 지켜보고 돌아온 서인석 조교사는 "다행히 편자가 빠진

오른쪽 앞발은 문제가 없는데, 왼쪽 구절이 살짝 삐끗했는지 미세하게 부어있었다"며

"현지 수의사는 크게 염려되는 부분은 없다고 했지만 '천구'의 회복상태를 보면서 다음

출주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태가 좋으면 '천구'는 1월 28일 경주에, 좋지 않으면 완전히 회복하고 2월 25일

경주에 출전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서인석 조교사는 "'천구'가 두바이에 간 후,

 가서 보니 말의 걸음이 바뀌어 있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좋은 환경만으로도

말이 좋아진 것"이라며 "'천구'는 데뷔 초기를 제외하고는, 줄곧 선행으로 4코너까지

빠른 스피드를 보여주던 말이었다. 지난 두 번의 원정 경기 모두 선행으로 1, 2위를

다투다 막판 직선주로에서 아쉽게 밀리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번 경주에서는 막판

직선주로에서 앞서 달리던 말을 제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음 경주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