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수말(교배를 통해 뛰어난 혈통의 경주마를 생산하는 말) 한 마리가 신드롬을 일으키며
일본 경마산업의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일본 샤다이 종마목장의
‘딥 임팩트(Deep Impact).’
외모-집안-실력 삼박자를 고루 갖춘 완벽한 조건의 ‘딥 임팩트’에게는 ‘엄친마(馬)’라는
수식어가 딱이다. 딥 임팩트의 관리사인 레이지로 아주마(Reijiro Azuma)의 말대로 그는
‘무결점(faultless)’이다. 갈색 눈동자의 광채가 깊은 인상(Deep Impact)를 남긴다 하여
지어진 이름의 딥 임팩트는 세기의 명마 선데이 사일런스(Sunday Silence)의 자식으로
화려한 가계도를 자랑하며, 경주마이자 이제 씨수말로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
경주마 현역시절 그는 무패가도로 일본 최고 경마대회를 모두 석권한 삼관마
(Triple Crown winner)로 1년 남짓한 현역시절 동안 총 전적 14전 12승, 수득상금
14억 5천만엔(약 200억원)의 경이로운 성적을 기록했다.
경주 마 은퇴 후 씨수말 데뷔 6년째인 2012년, 그는 드디어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씨수말 순위
정상 자리에 우뚝 서면서 다시 한 번 일본 경마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일본 경마 산업은 딥 임팩트라는 말 한 마리가 짊어지고 가는 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는 생산 환류를 통해 일본 경마 발전을 견인하는
‘가장(家長)’역할을 든든히 하고 있다.
경주마 시절 딥 임팩트는 마(馬)계의 ‘우사인 볼트’급 성적과 인기를 구가했다. 그는
2005년 일본 3관경주 중 하나인 '키쿠카 쇼‘에서 결승선 전방 100M부터 결승선까지
초당 17.8미터로, 경주마 스피드 측정사례 중 가장 빠른 기록을 나타내며
’날아다니는 말(Flying Horse)‘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런 그의 경력에도 오점이 있었으니 프랑스 개선문상 대회(Arc de Triomphe)에서
3위를 기록하고 금지 약물의 검출로 실격처리된 것. 프랑스 입성에서부터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NHK로 일본 전역에 생중계된 이 대회는 전 국민적 실망감은
물론 명마 딥 임팩트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다.
개선문상 대회의 재도전으로 명예회복을 원했던 국민기수 타케 유타카의 바람을
뒤로 한 채 딥 임팩트는 2006년 그랑프리 경주 우승을 마지막으로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씨수말로 데뷔하게 된다. 그의 은퇴경기는 한 겨울임에도 많은 팬들이 경기장
밖에서 밤을 새며 기다렸으며 무려 12만 명의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대하게 펼쳐졌다.
씨수말 데뷔 당시 딥 임팩트를 공동 소유하는 신디케이트의 주식은 1주당 8500만엔
(약 12억원)으로 60주가 판매됨에 따라 총 51억엔(약 725억원)의 가치로 평가되었다.
일반인들에게 판매되는 교배비는 ‘1회 한정’에도 불구 약 1200만엔(약 1억 7천만원)에
예약이 매진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한해 100마리와 교배한다고 할 때 단순계산으로
은퇴 후 수입은 연간 63억엔에 달해, 현역시절 상금 합계인 약 14억엔의 4배에
달하는 수입을 거두게 된 것이다.
딥 임팩트의 자마들이 완연한 경주마로 성장하게 된 지금, 딥 임팩트는
’날아다니는 말(Flying Horse)‘로서 또 한 번 비상하고 있다. 올해 초 프랑스 1천기니
우승을 차지한 뷰티 팔러(Beauty Parlour), 일본 옥스 및 1천기니 우승을
차지한 젠틸도나(Gentildonna) 를 비롯해서 훌륭하게 성장한 그의 자마들이 아버지의
명성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5월에 열린 일본 더비 경주에서는 출주마 18두 중 7두가 딥 임팩트의 자마였으며
우승을 차지한 딥 브릴란테(Deep Brillante)를 이어 그의 자마가 3·4위를
나란히 차지하기도 하였다.
그의 명성에 걸맞게 딥 임팩트가 있는 샤다이 종마목장에는 그를 전담 경호하는 경호원과
함께 딥 임팩트만을 전담해온 ‘딥 임팩트 사단’이 상주하고 있다. 여름 시즌에는
매일 300~400명의 팬들이 오로지 그를 보기 위해서 북해도의 샤다이
목장을 방문하고 있다.
씨수말로서 딥 임팩트의 놀라운 스테미너의 비결이 그의 혈통에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딥 임팩트는 13년간 ‘리딩 사이어(Leading Sire: 최고의 씨수말)’ 자리를 고수하며
일본 마필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선데이 사일런스(Sunday Silence)를
아버지로 두고 있다. 어머니인 윈드인허헤어(Wind in Her Hair) 또한 “정액 1cc가
다이아몬드 1캐럿의 값과 맞먹는다.”라는 찬사를 받았던 전설의 명마
노던댄서(Northern Dancer) 계통의 알자오(Alzao)의 자마로서 만만치
않은 집안내력을 자랑한다.
이는 곧 오늘날 딥 임팩트의 탄생이 우연한 행운이 아님을 보여준다. 딥 임팩트는
정책적으로 오랫동안 우수마 생산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일본경마의 축적된
혈통개량 노력과 경주마 사육 노하우가 집약된 산물인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할까. 일본에서 선데이 사일런스가 활약하던 시기에 우리는 해외에서
무료로 기증받은 말로 시험교배를 시작하였으니 아직 한국의 종마산업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들어서는 KRA 한국마사회가 ‘매니피’, ‘비카’ 등
고가의 씨수말을 국내로 도입하여 국내 말 생산농가에 무료 교배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치면서 이제 갓 종마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속가능한 경마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경주마의 생산-육성-경주로 이어지는 환류
시스템이 탄탄하게 갖춰져야만 한다. 지난 몇 년간 딥 임팩트의 활약은 ‘한국판
딥 임팩트’의 탄생을 위해서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지를 시사하고 있다.
<KRA 한국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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